원장님, 아버님이 3개월 밖에 못 사신다고 합니다.
LA 다운타운의 치열한 자바 시장. 그곳에서 작은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한 여성 손님이 계셨습니다. 고단한 일상에 피로가 짙게 쌓일 때면, 그분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Ki Center를 찾아 Ki Treatment(천수, 기치유) 를 받곤 하셨습니다. 마음씨 고운 그분은 들르실 때마다 과일이나 빵을 건네기도 하셨고, 직접 샘플로 만든 근사한 옷을 선뜻 기증해 주시기도 하는 따뜻한 client 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해 질 녘, 퇴근길에 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시는 그분의 얼굴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원장님, 한국에 계신 저희 아버지가... 아버지가 너무 아프시대요..."
사연은 가슴 아팠습니다. 수십 년간 습관처럼 소화제를 복용해 오신 아버님은 결국 위장 기능이 완전히 멈춰 버렸다고 하셨습니다. 점차 강한 약을 써도 음식을 넘기지 못해 유명하다는 병원과 한의원을 전전하셨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오늘, 한국의 가족들로부터 "길어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시한부 통보를 받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식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분은 절망감에 목놓아 울으셨습니다. 애타는 효심을 외면할 수 없어 함께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LA에서 원격으로 장거리 기치유를 진행해 드리거나, 서울에 계신 마스터(Master)님께 부탁드려 아버님 댁으로 직접 방문 기치유를 가시도록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국 서울의 마스터님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서울 마스터님이 몇 차례 아버님을 직접 찾아가 천수(기치유)를 하면서 상태를 살피셨습니다. 얼마 후, 서울의 Master로부터 긴박한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아버님이 음식을 못 드시는 것도 문제지만, 살아생전 병고와 한을 안고 떠나신 조상님의 영적 영향, 즉 '빙의(Possession)' 현상이 깊게 관여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조상님의 넋을 달래고 업을 씻어내는 천도식(Ancestors Purification)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3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가 내린 비상상황. 하루가 시급했습니다. LA에 계신 딸에게 상황을 신중히 설명해 드리고 천도식을 권해 드렸습니다. 평소 센터를 다니며 쌓인 깊은 신뢰와 아버님을 향한 간절한 효심 덕분에, 그분은 망설임 없이 천도식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다음날부터 후손에게 얽힌 영혼을 분리하고, 조상님들이 생전에 짊어지셨던 카르마와 병고, 한을 씻어내는 24일간의 천도 Ceremony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천도식이 10일째 접어들던 이른 새벽, 상상조차 못 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센터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딸이신 손님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들이닥치신 것입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그분은 몸을 덜덜 떨며 오열하셨습니다.
"새벽에... 새벽에 한국에서 전화가 왔어요! 아버지가 숨을 못 쉬셔서 지금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가고 있대요!"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그분을 보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드려야 했습니다. 그분의 떨리는 손을 꼭 쥐어 드리며 가만히 위로를 건넸습니다.
"일단 응급실로 모셨다고 하니, 조금만 믿고 기다려 봅시다. 너무 불안해하지 마시고 오늘은 우선 출근해 계셔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 피 말리는 하루가 지나고, 오후 늦게 그분이 다시 센터를 찾으셨습니다.
다행히 그분의 얼굴에는 안도의 빛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병원 의사 선생님 말씀이... 오랫동안 음식을 전혀 못 드셔서 전해질이 바닥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심장과 폐 기능이 떨어졌던 거래요. 링거와 포도당을 맞으시고 바로 회복되셨다고 합니다."
그제야 우리 모두 참았던 숨을 터뜨리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마침내 긴박했던 24일간의 모든 기도와 천도식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분은 거짓말 같은 소식을 전해 오셨습니다.
기력을 차리신 아버님이 갑자기 "염소 보신탕이 먹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수년간 소화 기능이 멈춰 음식 얘기조차 꺼내지 않던 분이 말입니다. 아버님은 그날 보신탕 한 그릇을 거짓말처럼 싹 비워내셨고, 그날 이후부터는 소화제 없이도 조금씩 음식을 드실 수 있게 되셨습니다. 기적이 일어난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상황이 평화를 되찾았을 무렵, 그분이 쑥스러운 듯 놀라운 사실 하나를 털어놓으셨습니다.
"사실... 제가 천도식을 하기 전에는 엄청난 대주가였어요. 남편 친구들이 저희 집에 모여 밤새 술파티를 벌이곤 했는데, 다들 만취해서 쓰러져 잠들면 제가 그 무거운 사람들을 일일이 잠자리에 옮겨 눕히고, 상을 치우고, 설거지까지 다 끝냈죠. 그러고도 남은 술을 혼자 더 마셨는데 아무리 마셔도 전혀 취하질 않았어요."
그분이 덧붙이셨습니다.
" 그런데 너무 신기해요. 천도식이 끝난 뒤부터는 딱 술 한 잔만 마셔도 머리가 띵하고 바로 취해버려요."
이야기를 들은 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사님 몸에 머물던 조상님들이 여사님의 몸을 빌려 술을 드셨던 겁니다. 이제 그분들이 천도되어 좋은 곳으로 떠나셨으니, 비로소 여사님 본래의 몸으로 돌아오신 것이지요."
그 일로부터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3개월 밖에 살 수 없다고 하였던 그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아직도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이전보다 훨씬 건강하고 밝아진 모습으로, 지금도 교회에 열심히 다니시며 잘 지내고 계십니다.


